많은 분들이 아시듯, 아이폰은 아이팟에 전화모듈을 붙인 제품이지 전화기에 mp3 기능을 넣은 제품이 아닙니다. FreeBSD 기반의 OS/X를 채택하고 있는 통에 애플이 정식 SDK를 발표하기 전부터 수많은 해커들에 의해 만들어진 각종 소프트웨어들을 깔 수가 있었죠.

요즈음은 혁신이란 때로 기존의 가치사슬 바깥에서 이런 해커들에 의해 만들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어떤 기업이든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장의 플레이어들과 영역협의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오히려 혁신가능성이 낮아지는 경우들이 많다고 봐요.

N810을 사용한지 이제 세달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거의 매일 올라오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들에 아직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리눅스라는 열린 플랫폼을 채택함으로써, 누구라도 관심과 능력만 있다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죠. 여기서는 Scratchbox, Qemu, Xephyr와 같이 많은 외부 개발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툴들이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수많은 해커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쌔끈한 애플리케이션들이 얼리어덥터들을 유혹하는 첨병이 되고, 이 중에서 다양한 변이와 진화를 통해 경쟁에서 승리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캐즘을 극복하는 동력이 됨으로써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중화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 이 시점에서 일정한 자본투자가 들어가겠죠)

F-22 랩터의 경우 기능의 80%를 소프트웨어가 담당하고 있고, 비행기의 제작비 중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합니다. 처음부터 대중을 겨냥하고 완성도높은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해커들이 놀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고 그들과 함께 제품을 진화시켜 2세대, 3세대 제품군을 만들어나가는 전략의 실현가능성이 점점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마다 1) 해커들을 외부의 3rd party로 두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거나, 2) G사처럼 해커를 직원으로 만들거나, 3) 직원들을 해커로 만들거나 해야겠지요. 아마도. :-)